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다친 몸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확인해야 하고, 치료가 길어지면 생계도 걱정해야 한다. 업무상 질병처럼 사고와 업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산재 인정 자체가 또 다른 싸움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 일터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지 .검할 필요도 있다.
일본도 이 같은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재가 발생한 현장에 '노동기준감독서'와 경찰이 개입하고,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와 휴업 등에 필요한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유족이 사업주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노동조합과 변호사 등이 보상 청구를 돕는 등 노동자 개인이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지원망도 작동한다.
정신질환·과로사도 산재 대상
일본 노동자재해보상보호법은 업무재해·통근재해로 부상·질병을 입은 노동자와 유족에게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등을 지급한다. 요양으로 일을 하지 못해 임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 4일째부터 급여기초일액의 80%, 장해가 남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정도와 유족 수 등에 따라 연금 또는 일시금을 지급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산재 피해 노동자가 산재 인정까지 치료비를 먼저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이후 불승인되면 건강보험 등으로 전환해 처리한다. 먼저 산재 피해 노동자는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에서 원칙적으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고, 지정 의료기관에 치료를 받으면 노동자가 치료비를 먼저 내지 않는다.
일본은 단순히 사망 사고만 산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정신질환·뇌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 경우도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따라 산재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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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2025년도 과로사 등 산재보상 현황을 보면 업무상 정신질환 산재 청구는 4958건, 이 가운데 지급 결정은 1082건이었다. 같은 해 업무상 뇌·심장질환 산재 청구는 1254건, 지급 결정은 217건이었다.
일본 내 전국단위 노동조합 총연맹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전노련)은 단순 사고 사망 외 과로사, 업무상 질병, 정신질환, 뇌심혈관질환 등 여러 산재 형태가 확대되면서 일본 또한 산재 처리 기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재 처리 동안 치료비 대체 지불·선승인 구조 덕분에 노동자 부담은 크게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도 산재 신청부터 업무상 재해 여부가 최종 판단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뇌·심장질환은 표준 처리기간 목표가 180일, 정신질환은 240일로 설정돼 있다. 다만 그만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후세 게이스케 전노련 사무국 차장은 "실제로는 산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 길게는 2~3년이 걸리는 사례도 있다"며 "2014년 과로사방지법 시행 이후 관련 산재 신청이 계속 늘고 있으며, 과로로 말미암은 질병 역시 산재로 인정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신청 자체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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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이 아닌, 산재 관련 공익단체가 산재 승인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노동자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요오카 고이치 전노련 부의장은 "산재 관련 공익단체 등이 진료비 대체 지불을 통해 산재 피해자가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진료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외 법률·노동계 지원도
산재 피해 노동자가 만약 산재 불승인을 통보받는다면, 지원단체·법률가 등과 함께 국가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청구하기도 한다.
오사카노동자변호단(오사카노변단)은 일본 내 과로사·업무상 질병 등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판례를 쌓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사카 노변단은 산재·직업병 등 노동 문제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의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 등을 하는 일본의 노동전문 변호사 단체다.
이다 히로시 오사카노변단 변호사는 "판례가 많이 쌓인 질병의 경우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인정해 승인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는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데 힘들다"며 "석면 피해·장기간 근무로 말미암은 근골격계·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업종·질병에서 사례를 쌓아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상 질병 산재 인정률은 절반 이하로 낮지만 정신질환 등이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전반적으로 마련돼 있다"며 "과로사방지법처럼 법적 기준이 마련되고, 월 80시간 이상 근무 이력이 확인되면 과로사로 본다는 인정 기준 등을 앞으로도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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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피해 노동자가 치료를 받고 무탈하게 복직할 수 있도록 사업주 역할도 부여하고, 그 역할을 시민사회가 감시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복귀지원 지침에 따르면, 사용자는 휴업을 시작한 노동자에게 경제적 보장과 상담 창구, 공적·민간 복귀지원 서비스 등을 안내한다. 이후 주치의의 복귀 가능 판단과 산업의 등의 검토를 거쳐 업무량·근무시간 조정, 배치전환, 단계적 복귀, 시험출근 등을 포함한 개인별 복귀지원 계획을 세운다. 복귀 후에도 산업보건 인력과 관리자가 재발 여부와 업무수행 능력을 살피고, 필요하면 지원계획과 근무환경을 다시 조정한다.
구고 겐지 전노련 부의장은 "노조 차원에서 산재 예방·피해 노동자 구제·직장 복귀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현 제도·체계 내에서 감시할뿐만 아니라 노동시간과 강도를 낮추는 등 제도 변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업주는 지침을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이에 산재 피해 노동자의 원활한 복귀를 위해 사업주 책임과 지속적 시민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다 히로시 변호사는 "일본은 산재 피해자 치료 중 법적으로 해고할 수는 없게 돼 있다"며 "다만 산재 치료가 끝나고 직장 복귀 여부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영역이기에 사업주 책임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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